○ 육지에서 나는 간고등어 - 왜 간고등어인가

고등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온대 및 아열대 해역에 분포한다. 알맞은 수온을 찾아서 떼를 지어 이동하는
계절회유(seasonal migration)성 어종으로 북반구에 서식하는 종은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북쪽으로 이동하고,
겨울철에는 남쪽으로 이동해 산란을 한다.한국에는 매년 2~3월경에 제주 성산포 근해로 몰려와 북으로 올라가는데 그중 한무리는 동해로, 다른 한 무리는 서해로 올라간다. 그리고 9월에는 이듬해 1월 남으로 내려간다.

안동은 내륙 깊숙이 자리한 지역이기 때문에 고등어를 먹는다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고등어를 먹으려면 먼 바다에서
운송해 올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염장(鹽藏)이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여기서 '안동 간고등어'가 유래했다.
해산물의 이동이 수월치 않았던 때는 먼 거리에서 고등어를 운반하자면 부패하기가 쉬웠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고등어에
소금을 쳤던 것이다.

소금을 친다는 것은 '소금에 절인다'는 의미와 '간을 맞춘다'는 의미를 가진다. 소금에 절인다는 것은 저장의 의미가
강하다. 이에 비해 간을 맞춘다는 것은 맛을 낸다는 의미가 강하다.

간고등어는 '간'을 맞춘 고등어이다. 국어사전은 '간'을 두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하나는 '소금 성분이 있는 물질'로
'간이 베다', '간을 치다'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짠맛의 정도'를 나타낸다며 '간을 맞추다'의 의미로
적고 있다. 같을 맞춘다는 것은 결국 소금을 넣어 맛을 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간고등어는 맛을 낸
고등어가 된다.

이렇게 해서 저장의 도구였던 간을 맛의 수단으로 현대화시킨 것이 안동의 간고등어이다. 안동 간고등어 맛의
현대화에는 (주)안동간고등어 류영동 대표의 전통 먹거리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적 없는
퓨전요리가 우리의 먹거리를 밀어내고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 마음 아팠다"고 하듯이, 조상의 지혜와 문화가 켜켜이
쌓인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 식탁에 올리고픈 게 그의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안동 간고등어가 지역의 브랜드로서 안동의 이미지 향상은 물론 지역의 향토자산, 즉 장소자산으로
부각된 데는 류 대표의 혜안과 통찰력도 주효했다. 영국 왕비의 안동 방문은 류 사장에게 전통 먹거리의 상품화를
착안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왕 방문으로 인해 향토성을 찾아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방문객들이 안동을 찾는 것을
보고 향토성이나 지방의 독특한 문화가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것이 세계화 시대에
고장이 번영할 수 있는, 그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간고등어를 탄생시키게 만들었다.

 ○ 장소자산의 마케팅 - 공공, 민간, 대학의 협력

간고등어의 맛을 내고 또 그 맛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간잽이'는 고등어에 간을 치는 사람이다.
살 오른 고등어의 배를 갈라 소금을 뿌리고 맛을 내는 일을 장인(匠人)의 반열에 오른 간잽이가 맡고 있다. 무게를
저울로 측정해서 소금을 뿌리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는 이동삼씨가
간잽이이다. 그는 40여년전 안동 '간고디(고등어의 안동 사투리)'맛을 접한 이래로 지금까지 간잽이 한 길을 걷고 있다.

간을 친 고등어가 상품이 되어 나오기 위해서는 12가지가 넘는 과정을 거친다. 세척, 할복, 간치기, 숙성, 포장이 그
주요한 과정이다.간을 치는 과정은 습식염장과 건식염장의 과정을 거친다. 습식염장은 천일염을 푼 소금물에 고등어를
일정 시간 담궈둠으로써 살은 물론이고 뼈 속까지 간이 배어들 게 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간이 밴 고등어를 건져내어
다시 마른 소금을 쳐 영하 4~5도의 저온에서 건식염장을 통해 숙성시킨다. 이 과정은 고등어에 간이 적당히 배어들 게
할 뿐 아니라 물기가 적당히 빠지게 한다. 간이 너무 배면 짜서 맛이 없고, 간이 적게 배면 싱거워 맛이 없기 때문이다.
또 물을 먹게 째면 물롱하여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없다. 숙성은 고등어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금의 농도와 숙성시키는 시간이다.

두 단계의 숙성 과정은 영덕 '강구항'에서 안동 '챗거리'장터까지의 150리 길에서 만들어졌던 과거의 맛을 살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지겟꾼과 등짐장수가 운송한 고등어가 챗거리 장터를 지나면서 소금에 절여져 적당한 햇볕과
바람에 작연 숙성되면서 가정에 도착하면 '간고디' 특유의 맛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간잽이 외에 안동간고등어의 상품화는 다양한 주체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장소자산을 구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파트너십인데,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파트너십은 지역발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착을 함양시킬 수 있음은 물론, 지역발전에 대한 합의 형성을 통한 민주적
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안동 간고등어는 전통의 맛을 재현하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안동과학대와 안동정보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안동과학대와 안동정보대는 포장 디자인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식품공학적 연구지원을 통해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살리고 상품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산학협력에 더해 안동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동시는 안동의 간고등어를 지역 특산물 1호로 지정하여 간고등어
판촉 관련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안동시는 시정홍보 및 설명이나 대외적인 행사 등을 통해 안동의 특산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향토 및 장소자산에는 고정적인 것도 있고 비고정적인 것도 있다. 고정적인 향토자산의 대표적인 경우가 역사적인
유물이나 유적이다. 이들은 관광객 등을 지역 내로 끌어 들여 향토자산을 판촉하는 방법을 취한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체험을 통해 소비되는 자산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향토 및 지역의 이미지를 가진 자산이지만 이동성을 가진 자산도 있다. 특산품이라든지, 탈춤이라든지
장소에 관계없이 자산, 특히 상품을 이동시킬 수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 장소자산의 소유권은 지역에 있지만
특산품의 경우에는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수도 있고, 탈춤이나 연극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기동성이 있기도 하다.

장소자산의 이동성은 다양한 판촉 방법을 동원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지역 이외의 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다양한 장소에서 판촉할 수도 있다.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 이를 전국의 열차 노선을 통해서 판촉을 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상품을 비치함으로 써 판촉활동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이나 프랜차이즈 대리점
및 인터넷을 통해서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안동 간고등어와 지역발전

향토자산이 지역발전의 유용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이 향토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경우,
상당수 지역이 향토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치마저도 마치 일본의 전통식품인
것처럼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일본이 국제시상에 브랜드를 등록하고 있다. 순창 고추장의 도메인도 외국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 밖에도 브랜드 소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많다. 첫째, 브랜드를 소유함으로써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를 소유한 지역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첫째와 연관된 이점으로, 소유한 브랜드를 통해 지역을
홍보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품에 대한 소비는 물론 관광이나 산업발전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 브랜드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 및 애착, 나아가 지역에 대한
공동체의식을 함양시켜 주민의 통합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은 무엇보다 브랜드를 통한 이미지 통합과 판촉의 효율성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물론 브랜드가
지역발전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함에 있어서는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도 많다. 그렇지만 이미지 향상이라든지, 그것이
관광이나 소비 등 유발효과를 통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라든지, 지역에 대한 애착심 향상으로 인한 이득 등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비해 브랜드를 단 제품의 수출이라든지, 제품생산 과정에서 창출되는 고용 등과 같이 지역발전 효과를 비교적
수월하게 계량화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현재 안동 간고등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주)안동 간고등어,
(주)안동 얼간재비, (주)안동 자반간고등어를 주축으로 상당한 지역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는 부산
공동어시장과 제주도 등지에서 구입한 연근해산 고등어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지역의 브랜드 자산이 멀리는 한국
수산업 발전에도 일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 1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포장지나 소금 등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를 감안한
지역고용의 창출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 회사는 상품에 대한 국제인증을 작년에 받으면서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2002년의 경우 LA 등지로 1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2001년 12월 뉴욕에 현지공장을 설립해 생산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12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향후 기계화도 도입할
예정으로 있어 이렇게 되면 보다 많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지역고용의 증대는 물론 수출증대에도 보다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절대적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내수시장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기차, 고속도로 휴게소, 인터넷이나 통신판매, 유명 백화점 등 판매 채널
다양화로 인해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안동의 지역 이미지도 향상되고 있다.

판촉의 다양화와 더불어 제품의 다양화도 도모하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녹차
간고등어, 죽염 간고등어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녹차 간고등어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 고등어에 녹차를 가미시킨 상품이며, 죽염 간고등어는 건강을 염두에 둔 소비자를 겨냥하여 죽염을 소금간에
가미시킨 상품이다.

간고등어 브랜드를 통해 안동의 장소 판촉을 성공시킨 요인은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다와 인연이 없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 첨단 아이디어의 승리를 들 수 있다. 첨단 아이디어를 통해 과거를 현재로 재현시킨 데는 안동의
지역적 여건, 장소 마케팅에서 언급하는 장소 위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지역발전을 위해 세계 및 전국적 위치에서 차지하는 안동의 위상에 대한 평가를 선행되었다. 안동은
유학의 고장이며 전통의 고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유학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를 간고등어라는 전통적 코드와
조화시킴으로써 안동의 이미지를 보다 향상시킬 수 있었다.

둘째, 첫 번째와 연관된 것으로 '상품'보다는 '문화'를 브랜드화시킨 점이다. 강구항에서 챗거리 장터까지의 간고등어
운송 재현이라든지, 임금님에게 진상했던 은어 석빙고 재현은 브랜드 상품화가 단순히 '상품'의 재현이 아니라 '문화'의
현대적 재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기업-공공-대학의 협력에 기반한 파트너십이다. 기업과 민간, 대학 그리고 공공의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및 지역
자산의 상품화는 물론이고, 이를 다각적으로 홍보·판촉함으로써 지역발전에 대한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안동 간고등어 브랜드를 통한 지역발전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안동 간고등어가 기업의 장소자산에서
출발한 브랜드 마케팅 지역발전 전략이다 보니 아직도 상당 부분 기업 주도의 장소 마케팅에서 머무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지역민의 참여가 제한되는 등 파트너십 활성화의 필요성이 남아 있다. 이는 문화를 재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상품을 현대적 구미에 맞게 더욱 다양화시키고 이를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세계시장에 판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해외 교포나 우리와 음식문화가 비슷한 지역이 일차적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안동의 간고등어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다수가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을 각기 개별적으로 상품을
연구·개발하고 판촉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자산을 판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안동시 차원의 지원도
분산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역자산을 통한 장소발전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동 브랜드를 통해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 등 관련주체가 협력하여 상품개발 및 판촉을 도모할 필요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