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지르기 후 24시간 숙성시켜 비린내 없애              
                            쌀뜨물에 담갔다 밥솥에 쪄 먹는 맛이란...

소금에 절였으면서도, 바다에서 금방 잡아 올린 것처럼 전혀 손색없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생선을 경상도의 깊숙한 산간
내륙에서 발견했다. 안동의 대명사가 된 ‘주식회사 안동 간고등어’에서 출하하고 있는 고등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간고등어가 안동지방의 특산 명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에는, 일제시대 전까지도 우리나라의 교통수단이 육로보다
수로에 의존해 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라도의 염전에서 천일염을 실은 소금배가 남해 연안을 휘돌아 부산의
수영만에서 낙동강 하구와 만났다. 그곳에서 급한 물살을 억척같이 거슬러 올라 낙동강의 안동 포구에 당도했었다.

한편, 동해에서 잡힌 고등어는 부상들의 지게에 얹혀 영덕의 강구항에서 출발하여 황장재와 가랫재라는 두 개의 가파른
고개를 넘어 안동에 도착하면서 전라도에서 당도한 소금 배와 조우하게 되었다. 수로와 육로의 애환이 켜켜이 배어있는
이 절묘한 만남이 안동 고유의 염장문화(鹽藏文化)가 완성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안동 간고등어’에서 사용하는 고등어는 육질이 단단한, 제주도 연근해에서 잡힌 것들이다. 안동에 도착한
생고등어는 곧장 복부를 절개하여 살과 뼈만 온전하게 남도록 내장을 완벽하게 제거시킨다. 그리고 바닷물과 똑같은
염도의 간물에 침수하여 핏자국의 흔적을 지우게 되는데, 더불어 자반의 육질도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 다음에 이른바
‘염장 지르기’가 시작되는데, 바로 그때 간잡이 이동삼(李東三·62·‘안동 간고등어’ 공장장)씨의 역할이 있다. 그 손은 안동 간고등어에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입맛에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게 염장을 지르는 작업은 40여년 동안 모두 그의 손짐작에서 좌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테면 굵기가 큰 것에는 20에서 25g, 작은 것에는 10에서 20g의 천일염을 뿌려준다.
그리고 아가미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조금 더 뿌려준다. 이런 수작업 모두가 저울질이
아닌 그의 손짐작에서 이루어졌다. 연 130억의 매출인 롱아일랜드에 있는 미국 지사까지
달려가 시연을 한다는 그의 염장 지르기 작업을 지켜보노라면, 음률이나 가락을 느낄
정도로 미세하고도 거침없는 스냅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저울질을 한다 해도 더도
덜도 아닌 일정량의 소금을 뿌릴 수 있다.

염장 지르기를 마친 간고등어는 24시간의 숙성 과정에서 육질이 깊어도 질기거나 팍팍하지
않게 단맛을 내고 비린내를 가시게 한다. 그 숙성온도가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안동 간고등어’만의 전문비법이다.

간고등어를 구울 때 따로 양념이나 고명을 첨가하면, 그 고유한 맛을 훼손시킬 위험만 있다. 그러나 내가 어릴 때
맛보았던 안동 간고등어의 추억은 구이가 아닌 쪄먹는 간고등어였다. 간고등어 한 손을 부엌 문설주에 꿰매 달아 놓고
끼니 때마다 한 토막씩 잘라낸다. 한동안 쌀뜨물에 담가 두었다가 맹물에 슬쩍 씻어 종지에 담는다. 그리고 실고추로
썬 고명을 얹어 끓는 밥솥 한쪽에 넣어 찐다. 뜨거운 밥물이 섞여들어 속속들이 익혀진 간고등어 한 쪽을 뚝 떼어 입에
넣으면, 비린내는 간 곳 없고,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으면서 쫄깃쫄깃했던 육질의 느낌이 가슴 밑바닥까지
스며들었다.

(김주영/소설가)